[Book review]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 : 전직 공무원이자 저자인 노한동 전 서기관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은 전직 공무원이자 저자인 노한동 전 서기관이 약 10년간 중앙정부에서 근무하며 경험한 공직사회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내부 고발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행정 시스템과 공직 문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재학 중 행정고등고시(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해, 2013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출판, 체육, 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담당했다. 2023년, 서기관으로 승진하자마자 공무원을 그만두었다. 공직사회에서 10년간 경험하고 관찰한 무능과 무기력, 헛짓거리를 사람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계인’으로서의 자의식이 있다. 서울에서도 학구열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목동의 학원가에서 학창 시절 내내 공부했지만, 정작 한 번도 ‘목동 아파트’에 살거나 목동에 있는 학교에 다닌 적은 없었던 경험이 그 뿌리다. 경계 안에 아슬하게 속해 있으면서도 내밀한 중심엔 포함되지 않았다는 자각은, 공직사회에 10년간 몸담으면서도 그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고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글을 쓰고 싶다. 머리에서 생각한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몸으로 겪은 사실적인 세계를 기록하고자 한다. 현실을 직시하되 냉소에 빠지지 않고, 비판하되 더 나은 가능성을 상상하며 사회의 중심과 경계를 넘나드는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경험과 용기가 쌓여 더 깊고 넓은 글을 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저자 노한동]

책의 주요 내용

1. 공직 사회의 현실: 효율을 방해하는 ‘가짜 노동’

노한동 전 서기관은 공무원 조직이 업무의 본질보다는 ‘보고서 작성’이나 ‘형식적 절차’를 중시하는 문화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가짜 노동’의 실태> 공무원들은 행정의 효율성과 국민의 실질적 이익보다,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한 형식적인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예를 들어,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위한 업무 자료를 반복적으로 수정하거나, 외부 보여주기용 행사 준비에 치중하는 등의 사례가 언급됩니다.
‘결재 시스템’이 지나치게 계층적이어서, 한 문장 변경에도 수십 명의 서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불필요한 수정과 의견 조율에 업무 자원이 낭비됩니다.
<보고서 중심 행정의 문제> 공직자들은 대부분 정책이 아닌 ‘보고서 작성’에 몰두하며, 해당 보고서의 결과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고서가 단순히 상사의 지적을 피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정책의 질적 발전은 도외시된다고 설명합니다.

2. 권한 없는 책임, 책임 없는 권한

노 전 서기관은 공직 사회가 책임 회피 문화와 권한 불균형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체계에 갇혀 있다고 지적합니다.
<책임 회피와 무사안일주의> 공무원들은 실수나 비난을 두려워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모든 업무에서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면피 행정’에 집중합니다. 이는 정권 교체, 상사의 잦은 변경 등으로 인해 시스템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입니다.

3. 비효율적인 인사제도와 전문성 부족

공무원의 전문성이 무시되는 현 구조를 꼬집으며, 인사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2년마다 반복되는 인사이동> 공무원들은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기 전에 다른 부처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업무의 연속성을 저해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경쟁보다 안정성에 초점을 둔 조직 문화> 공직자들이 ‘성과’를 내기보다 안정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는 현상은 조직의 활력을 잃게 만듭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공익을 위한 행정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주요 비판과 대안

노한동 전 서기관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1. ‘가짜 노동’ 제거

보여주기식 행사를 줄이고, 보고서를 간소화하며, 형식적 절차 대신 실질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무원의 실적과 성과를 ‘실제 정책의 효과’로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2. 전문성을 높이는 인사제도

공무원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장기적 근무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불필요한 인사 이동을 줄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과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3. 책임과 권한의 균형

공무원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결정을 장려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4. 행정의 본질로 돌아가기

정부와 공무원의 역할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공익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외부 간섭과 내부 절차를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책의 의의와 메시지

이 책은 공직 사회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집니다. 저자는 공무원들이 나태하거나 무능한 개인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와 잘못된 문화가 공직사회의 무기력과 비효율성을 초래했다고 지적합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공무원의 명분이 과연 진정한 공익을 위한 것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동시에, 공직자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공직 사회 종사자들뿐 아니라, 행정의 효율성과 국민의 세금 사용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읽힐 만한 책입니다.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임을 상기시켜줍니다.

경영학 조직론 관점에서 공직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효율성, 책임성, 전문성, 목표 지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혁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목표 중심 관리, 탈관료화, 전문성 강화, 권한 위임 등의 전략을 통합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조직 문화와 구조를 동시에 개혁한다면, 국민을 위한 진정한 공직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