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노동조합이 사내 홈페이지에 글을 쓰거나 직원들의 회사 이메일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조합 홍보 활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노동조합이 사내 전산망을 이용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당연한 권리인가? 정답은 “당연하지는 않다.”이다. 회사 전산망은 회사의 시설관리권이 미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시설관리권을 근거로 전산망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면, 경우에 따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2. 노동조합의 사내 전산망 이용에 대하여 사전 승인을 얻도록 할 수 있는가?
노동조합이 사내 전산망을 이용하여 노동조합을 홍보하는 것은 이른바 ‘노동조합 활동’에 해당한다. 이러한 노동조합 활동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①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②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없으면 취업시간 중에 해서는 안 되며, ③ 사업장 내의 조합활동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한다(대법원 1990. 5. 15. 선고 90도357 판결). 즉 노동조합의 사내 전산망을 이용한 노동조합 활동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기 위하여는 원칙적으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상의 근거 내지 그러한 방식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사내 전산망 활용에 관한 취업규칙, 단체협약상의 근거 내지 그러한 방식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회사 전산망을 활용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하여 사전 승인을 얻을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노동조합의 사내 전산망 이용을 금지할 수 있는가?
가. 사내 전산망의 업무 외적 이용을 금지하는 등의 내부규정이 있는 경우
만일 취업규칙 등 내부규정이나 단체협약 등에 사내 전산망의 업무 외적 이용을 명확히 금지하거나 업무 외적 이용에 대하여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면, 회사가 사전 승인 요건에 반하는 사내 전산망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노동조합이 내부 전산망을 통해 전 직원에게 가입홍보 이메일을 발송한 것에 대해, 사용자가 해당 이메일의 회수를 요구하고 이메일을 회수하지 않을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인사조치될 수 있음을 알린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사용자의 조치가 시설관리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고,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20. 4. 9. 선고 2019구합72854 판결). 본 사안에서는 취업규칙에 사내 전자메일을 업무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고 특정 단체에 원치 않는 메일을 전송하지 말도록 규정하였고, 달리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노동조합 활동을 위하여 사내 이메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나 이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이 없었다는 점이 주요한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내 유인물 배포 허가제와 관련하여, 판례는 “유인물 배포가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노동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까지 금지할 수는 없으므로 그 배포행위가 정당한가 아닌가는 허가 여부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그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려면 그 유인물의 내용, 매수, 배포의 시기, 대상, 방법, 이로 인한 기업이나 업무에의 영향 등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대법원 1996. 9. 24. 선고 95다1150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사내 홈페이지 게시글 작성 내지 사내 이메일 발송은 비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의 홍보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사내 유인물 배포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전 승인을 얻지 않은 사내 전산망 이용이 정당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 판례의 취지에 따라 게시글의 내용, 작성 시기, 대상, 방법, 이로 인한 기업이나 업무에의 영향 등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나. 사내 전산망의 업무 외적 이용을 금지하는 등의 내부규정이 없는 경우
만일 취업규칙 등 내부 규정이나 단체협약 등에 사내 전산망의 업무 외적 이용을 명확히 금지하거나 업무 외적 이용에 대하여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 없는 경우,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할 특별한 대안이 없이 단지 포괄적인 시설관리권에 근거하여 사내 전산망 이용을 일체 금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① 노동조합이 ‘외부 이메일 계정을 이용하여 본사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노동조합과 관련한 이메일을 직원들의 사내 이메일 계정으로 발송한 것’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수신을 차단한 행위, ② 노동조합이 ‘사내 이메일 계정을 이용하여 본사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노동조합을 홍보하는 이메일을 직원들의 사내 이메일 계정으로 발송하는 등의 행위’에 대하여 사용자가 이는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등의 경고장을 발부한 행위가 문제된 사안>에서, 위 행위들은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객관적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다만, 부당노동행위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부당노동행위의 주관적 요건을 부정하여 결과적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 11. 1. 선고 2019누46734 판결).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은 사용자가 소유 또는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에도 미치는 것이 원칙이나, 이메일이나 홈페이지 게시판 등의 전산시스템은 구축 이후 발신과 수신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노동조합의 사내 전산망 이용이 다른 사람들의 이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등 배타적이나 독점적인 이용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노동3권의 보장을 위해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전산망 사용은 순수 사적 활동을 위한 전산망 사용보다 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볼 때(위 서울고등법원 판결), 사용자가 미리 취업규칙 등으로 사내 전산망의 업무 외적 이용을 명확히 금지하지 않았다면, 포괄적 시설관리권만을 근거로는 사내 전산망 활용의 전면적 제한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만약 노동조합이 사내 전산시스템의 활용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홍보 등의 조합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사용자로서는 일정한 요건(예컨대 주기, 횟수, 대상 등) 하에서 사내 이메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또는 그 대신 사내 홈페이지 게시판 내지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활용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4. 마치며
노동조합이 사내 전산망(홈페이지, 이메일 등)을 활용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1차적 기준은 이를 규율하는 취업규칙 등 내부 규정이 존재하는가에 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사내 전산망의 업무 외적 이용을 명확히 금지하거나 업무 외적 이용에 대하여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면, 회사가 그러한 요건에 반하는 사내 전산망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내 전산망의 업무 외적 이용을 명확히 금지하는 규정 등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사내 전산망을 이용한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